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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다(Sagada)
글, 사진 : 지다(김원섭)

필리핀 북부 여행은 즐겁고 재미의 연속이었다.
바나우에를 떠나 본톡 박물관에서 이푸가오 사람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보곤 사가다에 도착했다.
사가다의 공기는 청량했다. 이곳은 해발 1,500m의 고지에 위치해 필리핀에서 가장 더운 계절인 4월 이었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여행하기에 참 좋았다.
석회암들이 기묘한 절경을 이루고 있었고, 산은 울창했다. 깊은 산속 오지라 오가는 차도 얼마 없어 휴양지에 온 듯 휴식을 취하고, 즐겁게 여행했다.

사가다는 필리핀 루손섬 북부 마운틴 주에 있는 인구 약 9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칸카네이 부족의 후손인 주민들은 지금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돼지와 닭을 기르고, 배추, 당근, 감자,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데, 점점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가다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곳의 독특한 장례풍습인 행잉코핀스(절벽에 관을 매달아 놓은 곳)를 볼 수 있고, 원시 자연 그대로의 석회암 동굴을 볼 수 있어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 사가다 에코 벨리에서 본 시내

생(Saeng)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산으로 둘러싸인 휴양과 어드벤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석회암 지역으로 경치가 빼어나고 자연 그대로의 석회암 동굴이 많이 있다.


▲ 사가다 에코 벨리 가는 길에 본 현대식 무덤

세인트 메어리 성당을 지나 에코 벨리 가는 길에 만난 공동묘지, 비석 앞에 불을 피운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이게 무엇일까 이는 '사가다 불의 축제'의 흔적이다.
이곳 사람들은 매년 12월이면 조상들의 묘 앞에 생(Saeng) 소나무 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운다.
파낙아포이(Panag-apoy)라 불리는 이 의식은 사가다 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풍습이라고 한다.


▲ 사가다 에코 벨리에 가면 절벽에 매달아 놓은 관(행잉 코핀스)을 볼 수 있다.

세인트 메어리 성당을 지나 공동무덤을 지나면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바위가 나오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행잉코핀스를 볼 수 있다.

▲ 에코 벨리로 내려가는 길 한켠 동굴에 가득한 관들 그리 깊지 않은 석회암 동굴에는 관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관을 이렇게 동굴에 쌓아두거나, 절벽에 매달아 놓는다. 시내에서 가까운 루미앙 동굴(Lumiang Cave)에는 수 천개의 관들이 1,000년 이상의 세월을 묵묵하게 견뎌왔다고 한다.


▲ 에코 벨리 석회암 절벽에 매단 관들, 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

오래 전에 필리핀 고산 지역에 가면 이런 장례풍습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 현장에 직접 와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어떻게 이런 석회암 절벽에 관을 매달아 놓은 것일까.
이런 풍습은 약 2,000년 전부터 전해져 오는 이곳만의 독특한 풍습이다.
이곳 사람들은 시체를 땅에 묻으면 악마가 영혼을 훔쳐가기 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바람의 신이 죽은 이의 영혼을 쉽게 거두어 가도록 이렇게 관을 절벽에 매달아 놓는 것이다.


▲ 에코 벨리에서 행잉 코핀스를 자세하게 관찰해보았다.

안으로 조금 들어간 석회암벽에 구멍을 뚫고 지지대를 설치한 다음 관을 올려놓고 끈으로 묶어 놓았다.
오래된 것도 있지만, 얼마 전에 장례를 치른 관도 있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이런 전통의 장례 풍습으로 죽은 후 절벽에 매달리기를 소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곳을 안내해준 가이드가 "이 골짜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가 절벽에 반사되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요."
그래서 에코벨리라 해요. 우리는 다같이 큰 소리를 지르며 에코 벨리 탐방을 즐겼다.


▲ 사가다의 대중교통, 지프니와 정기 버스가 다닌다.

이 지역은 험준한 고산 지역이라 좁은 산길은 주로 지프니를 이용한다.
바기오에서 사가다까지 차량으로 6시간 정도 걸리는데, 필리핀 고속도로 중 가장 높은 곳을 지나는 할세마 하이웨이를 이용한다.
바기오에서 당와 트랑코나 리자르도 버스 노선을 이용하면 사가다와 마운틴 프로빈스 지역으로 갈 수 있다.


▲ 필리핀 여행의 백미, 옐로우 망고 먹는 즐거움

필리핀은 열대과일의 천국이다. 그린망고부터 옐로우망고, 람부탄, 망고스틴, 두리안까지 열대과일이 달고 맛있다.
망고만 매일 먹어도 필리핀 여행의 본전을 뽑는 셈이다. 노랗게 잘 익은 옐로우 망고를 사다 냉동고에 얼려 잘라 먹으면 정말 맛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1킬로그램에 70페소(약 2100원)이다. 굵은 망고 4개 정도가 1킬로그램이다.


▲ 사가다 시내에 있는 레몬파이 하우스(Sagada Lemon Pir House)

사가다 여행을 하면서 맛본 레몬 파이, 상큼한 레몬향이 나는 부드러운 파이 맛이 일품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장식을 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또 벽에는 이곳의 전통 생활을 담은 사진을 걸어 놓았다.
이곳에서 레몬파이뿐만 아니라 차나 간단한 음식, 맥주를 마실 수 있다.


▲ 레몬파이는 사가다의 별미였다.

이렇게 매장에서 조각으로 사 먹어도 되고, 한판을 통째로 사서 나누어 먹어도 된다.
레몬의 상큼한 맛과 파이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울렸다.
사가다 여행에서 빠지면 서운한 파이다.

어울렸다.
사가다 여행에서 빠지면 서운한 파이다.


▲ 사가다 여행에서 들린 위빙 하우스(Sagada Weaving House)

사가다 시내에는 전통방식으로 직물을 짜는 위빙하우스가 있다. 이곳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만든 가방과 파우치, 옷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특히 전자기기를 넣을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파우치가 인기가 많다.


▲ 사가다에서 본 열대의 꽃들

사가다는 고산지대라 아침, 저녁으로 시원했다.
주로 밤에 열대의 소나기가 내렸는데, 굵은 장대비가 2~3시간에 걸쳐 내렸다.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았고, 덕분에 물기 촉촉한 열대의 꽃을 촬영할 수 있었다.


▲ 사가다의 귤 꽃


▲ 사가다의 레몬꽃과 어린 레몬

이곳은 해발고도가 높아 아침 저녁으로 아주 시원했다.
이곳의 기후는 바기오와 비슷하며, 12월에서 1월이 가장 추운 시기고, 4~5월이 가장 더운 시기라 한다.
가장 더운 시기에 방문했지만, 서늘해 여행하기에 좋았다.


▲ 사가다 트레킹의 진수, 보모드 옥 폭포(Bomod Ok Falls)

사가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 보모드 옥 폭포 안내 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지역 가이드가 폭포까지 안내를 해주는데, 긴 대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여기서 오솔길을 따라 1시간 30여분 걸으면 웅장한 폭포가 나온다.


▲ 보모드 옥 폭포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차가 다니는 안내센터에서 폭포까지는 아래로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40여분 내려가면 마을이 나오는데, 아주 정겹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마을로 들어오는 큰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몸으로 이고 지고 나른다는 이야기다.


▲ 어느 마을에서나 인기 있는 구멍가게


▲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돼지도 이렇게 키운다.

필리핀 사람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해, 집집마다 돼지를 키우는데, 우리나라의 돼지 우리와 비슷했다.
필리핀 여행을 하면서 돼지고기도 많이 나와 맛을 봤는데, 아주 맛있었다.


▲ 마을을 지나고, 다락논길을 지나자 장대한 보모드 옥 폭포가 나타났다.

이 폭포는 높이 70m가 넘어 보였다. 마치 하늘에서 솟아지는 폭포처럼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다.
그 아래는 천연의 수영장이었다. 일행 몇이랑 수영과 다이빙을 즐기면서 신나게 놀았다.
여행은 즐겁게, 재미있게 행복하게 하는 것이 최고다.


▲ 높이 70미터가 넘는 폭포지만 폭포 아래 가장자리의 수심은 그리 깊지 않았다.

먼저 온 현지 사람들은 벌써 수영을 즐기고, 일부 사람들은 절벽위로 올라가 다이빙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질세라 모두들 옷을 입은 채로 수영과 다이빙을 즐겼다.

필리핀 루손섬 북부 지역 여행을 다녀 온지도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행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트레킹으로 몸은 힘들었어도 그만큼 일행들과 고생하면서 한 여행이기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필리핀 어드벤처의 시작, 사가다에서의 멋진 문화체험과 폭포에서 즐긴 수영은 멋진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