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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투보 (Mt. Pinatubo)
글, 사진 : 요염모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에 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이 폭발은 1919년 알래스카 노바룹타 화산폭발에 이어 20세기에 2번째로 큰 화산폭발로 기록되고 있어요.
약 10km²의 농지가 사라지고 4만 채의 집이 무너졌으며, 6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지요.
이런 화산폭발은 잊지 못할 끔찍한 자연재해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답니다.
우리도 유명한 이곳 피나투보 화산을 첫 번째 단체 여행지로 잡았어요 ^^
새벽 5시반 학교를 출발하여 딸락 씨에스타 터미널로 갑니다.
날이 더우면 트래킹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일찌감치 출발하는 게 좋아요.
게다가 피나투보 산 근처에는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부지런히 돌아와야 하거든요. ^^
딸락 씨에스타 터미널에서 카파스라는 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해요.
사실 번호를 정확히 모른다면 이곳에서 버스 타기는 조금 어려워요. 버스에 목적지와 경유지가 대체적으로 잘 안 써있기 때문이죠.
여긴 일반 버스와 에어컨 버스가 따로 있고, 당연히 에어컨 버스가 비싸요.

한 20~30분 달려서 카파스에 도착했어요! 자, 여기서부터 피나투보 입구 까지는 지프니로 이동을 해야하는데요,
피나투보까지 가는 지프니가 없다는 사실을 여기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지프니 한 대를 전세내야 한다는 말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맘씨 좋은 지프니 기사님을 만나 저렴한 비용으로 피나투보 입구까지 갑니다.
근데 가다보니 꽤 멀긴 하더라구요.. 지프니로 한 40분 이상을 가는 거 같았어요.
마을에 도착하면 딸락에서 보던 필리피노들과는 또 다른 필리피노들을 만날 수 있어요. 아이타 족이라는 원주민이래요.

이제 여기서부터는 4륜 구동차로 이동해야 합니다. 입구에 렌탈 사무실이 있어요.
회사가 하나뿐이라 경쟁도 흥정도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안쪽에는 온천과 마사지를 받는 곳이 있구요, 온천이라 그런지 약간 일본 분위기가 나는군요.

사무실에서 명단을 작성하고 4륜차를 신청합니다.
미리 예약을 해놓고 가면 정한 시간에 출발할 수 있지만, 우리처럼 그냥 갈 경우 신청하고 4륜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트래킹 이용요금은 1인당 1,500페소.
왕복 4륜차 이용과 가이드 동행, 점심이 포함되어 있어요.


한 30분쯤 기다렸더니, 드디어 출발합니다.
4륜차는 참 잘도 달립니다. 모래밭도, 자갈밭에 개울도 첨벙첨벙 잘 건넙니다.

참 가지각색의 4륜 구동차들을 볼 수 있는데, 저희는 멋 부린다며 뚜껑 없는 차를 골랐답니다.
잘못 된 선택이었지요 몇 시간을 뙤약볕 아래서 뚜껑 없이 그냥 달렸다고 상상해 보세요. 대~박


그렇게 4륜차를 타고 한 시간, 이제부터 걸어가는 코스입니다.
뚜껑 없는 차, 쿠션 없는 의자에 앉아 덜컹거리는 것쯤은 고생도 아니라는 거~
숨막히는 더위와 필터 없는 뙤약볕 아래 이런 돌밭 길을 또 한 시간 걸어야 해요.

가는 길에 중간중간 동물들을 만나는데요, 심지어 저렇게 길 한복판에 떡~하니 누워있기도 해요.
하긴 원래 저들의 길을 우리가 잠시 통과하는 건지도 모르죠. ^^

참 신기하게도..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거나 겁내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기를 해칠 거라고 절대 상상도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중간쯤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워낙 덥고 힘든 일정이므로 넉넉한 양의 물과 군것질거리 필수입니다!

드디어!!!
정상 도착했어요~!!!


그림 같은 정상 감상하세요~

계단을 따라 호수로 내려가면 보트도 탈 수 있어요.
1인당 350페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초반부터 주저 앉은 일행들
올 때와는 달리 서로 말도 별로 안 하고 오로지 가이드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답니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그 시끄럽고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잠시 졸았어요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땐 맛있는 삼계탕이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필리핀 음식에 대체로 만족하지 못했던 우린 당연히 한국식(삼계탕)을 선택했지만,
다른 사람들 먹는 걸 보니 필리핀 식(후라이드 치킨, 잡채, 밥, 샐러드)도 꽤 괜찮아 보였어요.

돌아올 때는 착한 지프니 드라이버가 조금 더 추가한 값에 MMBS 앞까지 편하게 태워다 주셨어요~ Thanks!

무척 힘들었지만 굉장히 멋지고 근사한 경험이었어요! 모두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얼른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좋겠네요^^